[러닝화 리뷰] 아식스 슈퍼블라스트 2 vs 슈퍼블라스트 3, 피팅 후 내가 슈블2를 선택한 이유

슈퍼블라스트 2 vs 슈퍼블라스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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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블라스트 2 vs 슈퍼블라스트 3

러닝화 시장에서 새로운 넘버링 모델이 출시되면 대다수의 러너들은 당연하게 최신형으로 눈길을 돌립니다. 아식스의 최상위 데일리 트레이너 라인업인 슈퍼블라스트 3(슈블3)가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작의 명성이 워낙 자자했기에 수많은 업그레이드 포인트들이 주목을 받았죠.

하지만 저는 은퇴한 뉴발란스 SC 트레이너 v2의 대체품을 장기적으로 고민한 끝에, 최신형 슈블3가 아닌 구형이 된 슈퍼블라스트 2(슈블2)를 최종 선택해 제 신발장에 들였습니다. 슈블3는 매장에서 직접 신어보고 피팅감만 확인했을 뿐이지만, 10k와 하프 코스를 직접 뛰어보며 느낀 슈블2의 주행 데이터와 비교해 보니 왜 제가 슈블2로 역주행을 선택했는지 그 이유가 명확해졌습니다.

1. 첫인상의 달콤함 vs 장거리에서의 생존력

친구의 신발을 빌려 슈블3를 처음 발에 넣었을 때의 첫인상은 강렬했습니다. 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미드솔의 FF 블라스트 터보 폼을 한층 더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게 튜닝한 것이 발바닥 전체로 고스란히 전해졌죠. 침대처럼 아늑하고 포근한 쿠션감은 분명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동안 수많은 쿠션화들을 경험해 보았습니다. 처음 신었을 때 마냥 말랑하고 부드러운 신발들은 조깅할 때는 편할지 몰라도, 20km가 넘어가는 장거리 주행에서는 오히려 발목과 무릎에 과도한 피로감을 준다는 것을 몸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폼이 쉽게 꺼지면서 후반부에는 지면의 충격을 온전히 받아내야 하는 ‘바닥 치는 현상’이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장거리를 안정적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 단단한 훈련 파트너를 원했던 저에게, 슈블3의 지나친 말랑함은 도리어 선택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었습니다.

2. 내가 슈블2를 선택한 이유: 묵직한 안정감

반면 제 신발장에 들어온 슈블2는 첫 주행부터 확연히 다른 밸런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첫 발을 디뎠을 때 느껴지는 감각은 단단하고 견고한 뼈대에 가깝습니다. 바닥이 묵직하게 받쳐주니 630에서 530까지 페이스를 올리는 내내 발목이 좌우로 틀어지는 불안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 안정감의 진가는 첫 번째 10k 러닝에서 증명되었습니다. 전날 잠을 잘못 자는 바람에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픈 최악의 컨디션으로 트랙에 나섰는데, 슈블2의 든든한 지지력 덕분에 부상이나 무리 없이 깔끔하게 주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슈블3처럼 처음부터 과하게 말랑한 신발을 신었다면 착지할 때마다 허리에 전해지는 대미지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3. 15km 이후에 터지는 슈블2만의 독보적인 반전 쿠션

두 번째 주행이었던 하프 코스에서는 슈블2를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확신이 굳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단단하게 느껴졌던 미드솔이, 15km를 넘어가며 다리가 지치는 타이밍이 되자 거짓말처럼 초반보다 말랑말랑하고 유연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리적으로 이것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의 기묘한 반전이었습니다. 발의 열기와 반복적인 압착으로 인해 폼이 최적의 상태로 길들여지면서 후반부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해 준 것이죠. 처음부터 말랑했던 신발이 장거리 후반부에 힘을 잃는 것과 달리, 슈블2는 가장 피로한 순간에 맞춰 최적의 쿠션 성향으로 변해주기 때문에 하프 주행 종료 후에도 발과 무릎에 누적된 대미지가 압도적으로 적었습니다.

4. 카본 플레이트의 부재를 채우는 정직한 반발력

직전까지 신던 SC 트레이너 v2는 카본 플레이트가 강제로 발을 툭툭 굴려주는 유연한 ‘롤링감’이 강했습니다. 슈블3 역시 구조적으로 앞코의 로커(Rocker) 각도를 더 가파르게 깎아 구르는 느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죠.

하지만 저는 카본화의 인위적인 개입에서 벗어나 오직 제 하체 힘을 온전히 받아내는 정직한 훈련을 원했습니다. 플레이트가 없는 슈블2는 억지스러운 구름성 대신, 넓게 퍼진 기단 전체로 지면을 딛는 순간 제가 주는 힘을 정직하게 튕겨내 주는 묵직한 반발력을 보여줍니다. 내 힘으로 온전히 페이스를 리드하고 하체를 단련하는 ‘데일리 트레이너’ 본연의 목적에는 슈블2의 기하학적 구조가 훨씬 정답에 가까웠습니다.

5. 사이즈 선택과 피팅의 저울질

물론 슈블2가 완벽한 신발은 아닙니다. 장거리를 염두에 두고 반사이즈 크게(Half Size Up) 선택했더니 발볼이 좁은 제 족형 특성상 뒤꿈치가 미세하게 들리는 힐슬립이 발생했고, 18k 이후에는 아치 쪽 라인이 길게 집혀 붉은 자국이 남는 물집 전조 증상도 겪었습니다.

피팅해 보았던 슈블3는 어퍼의 외형을 다듬어 이 아치 집힘과 피팅 문제를 일부 개선한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두꺼운 러닝 양말을 매칭하거나 끈 묶는 방식(러너스 루프)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영역이었습니다. 약간의 피팅 이점 때문에 슈블2가 가진 압도적인 장거리 후반부 쿠션 성능과 하체 지지력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총평: 나에게 맞는 최적의 장거리 파트너는?

신형이 무조건 구형보다 좋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러닝화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아식스 슈퍼블라스트 2는 최신형 슈블3가 가지지 못한 ‘단단함 속에 숨겨진 후반부 반전 쿠션’과 ‘흔들림 없는 정직한 안정성’을 품고 있습니다.

  • 슈블2를 추천하는 이유: 플레이트의 이질감 없이 20km가 넘어가는 긴 거리를 가장 안전하고 묵직하게 밀고 나가고 싶은 러너.
  • 슈블3가 더 나은 이유: 장거리 피로감에 대한 우려보다, 첫 발을 넣었을 때부터 극단적으로 말랑하고 포근한 쿠션과 개선된 피팅감을 선호하는 러너.

SC 트레이너 v2를 은퇴시키고 슈블2를 선택한 제 선택은 단 2회의 주행만으로도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첫인상인 만큼, 앞으로 200km 이상을 거칠게 태워보고 이 신발이 제 발에 완벽히 녹아들었을 때 더 차진 장기 마일리지 리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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